깊은 여운을 남긴 영화 <런>
넷플릭스 영화 런은 아니쉬 차간 티 감독의 미스터리 심리 호러 영화이다. 2020년에 개봉한 이 영화는 당시 올해 본 가장 훌륭한 영화라며 호평을 받기도 했다. 영화의 첫 장면은 클로이가 손바닥만 한 미숙아로 태어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태어나면서 하반신 마비, 천식, 피부병, 심장병 등 각 종 병을 타고 난 아이 클로이는 다행히 엄마 다이앤의 극진한 보살핌으로 큰 무리 없이 자라게 된다. 17살이 된 클로이는 대학교 원서를 제출했지만 합격통지서는 도통 오지를 않고, 이를 기다리느라 우체국에서 트럭이 올 때마다 현관으로 마중을 나가지만, 늘 다이앤이 먼저 편지를 확인하고 클로이에게 전해주는 탓에 한 번도 직접 받아 본 적은 없다. 오늘 클로이가 쇼핑백에서 트리곡신이라고 쓰인 초록색 약을 발견하게 되고, 처방자의 이름으로 클로이가 아닌 엄마 다이앤 이름이 쓰여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 약을 수상하게 여긴 클로이는 인터넷으로 약의 이름을 검색해 보지만 실패하고,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어떤 남자에게 대리로 검색을 요청하여 트리곡신이라는 약에 대해 알아내는 데 성공하게 되는데 영화의 결말이 궁금하다면 넷플릭스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과연 초록색 약의 정체와 영화의 결말은?
미스터리한 초록색 약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클로이는 엄마인 다이앤에게 영화를 보러 가자고 하였고, 주머니에 그동안 숨겨놓은 초록색약을 들고 간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도중 화장실에 간다고 거짓말하며 영화관을 빠져나와 몰래 약국을 가서 초록색 약에 관해 물어보았는데, 이 초록색 약은 리도카인으로, 반려견에 세 먹이는 근육 이완제라며 사람이 먹으면 하반신 마비가 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때 다이앤이 약국 문을 열고 들어와 주사로 진정제를 놓고 클로이를 집으로 데려가 클로이의 방문을 잠가 감금한다. 지하실에 감금된 클로이는 다이앤이 만들고 있던 가정용 신경독이 제조된 것 같은 현장과 대학교 합격 통지서를 숨겼던 것을 발견하고 분노한다. 그러다 다이앤의 결혼 전 성으로 보이는 이름이 적힌 상자를 발견하고 상자 안의 내용물을 확인하는데, 그 안에는 멀쩡하게 두 다리로 서 있었던 자신의 어렸을 적 사진, 클로이가 출생한 지 약 두 시간 후 사망했다는 사망 확인서, 그리고 멀쩡한 갓난아이가 누군가에 의해 탈취당했다는 신문기사 스크랩을 발견하게 된다. 즉, 지금의 클로이는 '진짜 클로이'를 잃은 슬픔에 미쳐버린 다이앤이 훔쳐갔던 다른 부모의 멀쩡한 아기였고, 태어날 때부터 그런 줄 알았던 온갖 질병과 장애는 사실 다이앤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다이앤에게서 빠져나갈 방법이 없자 다이앤이 제일 아끼는 것이 클로이 자신이라는 것을 떠올리며 "넌 내가 필요해."라는 외침과 동시에 농약을 마셔버리다. 클로이가 병원에 입원하자 다이앤은 클로이를 병원 밖으로 빼돌리려 한다. 간호사가 자리를 비우는 틈을 타 다이앤은 클로이를 휠체어에 묶어 빼돌린다. 그러나 다이앤이 오기 전 클로이가 스케치북에 '엄마(MOM)'라는 메모를 남겨놓았고, 이를 본 간호사가 수상함을 느껴 병원 경비들에게 연락한다. 다이앤은 도망치려고 계단 쪽으로 가지만 클로이가 안간힘을 써 다리로 바닥을 짚어 버틴다. 그러고선 "난 당신 필요 없어."라고 말한다. 그 직후 경비원이 총을 발사해 다이앤은 왼쪽 어깨를 피격당한 뒤 그 충격으로 계단 밑으로 굴러 떨어진다. 이후 7년 후라는 자막이 나오고, 클로이는 혼자서 차를 몰고 여성 교도소를 방문한다. 클로이는 다이앤에게 살갑게 대하며 자신의 근황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러다가 떠날 시간이 되자 클로이는 갑자기 혀로 자신의 입 안을 뒤지더니 입속에 숨겨 두었던, 이전에 다이앤이 자신에게 먹이려 했던 근육이완제를 꺼내고 비장한 표정으로 '사랑해, 엄마. 이제 입 벌려."라고 말하면서 영화는 끝난다. 즉, 클로이는 용서 따우니 하지 않았고 멀쩡한 자신을 장애인으로 만들어 수십 년 간 감금했던 다이앤에게 똑같은 짓을 7년 간 그대로 돌려주며 복수를 하고 있던 것이다. 그 뒤로 다이앤이 공포에 질린 표정을 지으며 영화가 끝이 난다.
평가
전반전으로 관객과 평단 양쪽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참신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는 아니지만 스릴과 공포가 적절하게 섞였으며 배우들의 연기와 뛰어난 감독의 연출로 충분한 스릴을 즐길 수 있었단 평가들이 많았다. 초반부에 다이앤은 아픈 딸을 간호하는 아주 자상하고 딸을 사랑하는 엄마처럼 비치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자신의 행복을 위해 딸을 이용하는 아주 섬뜩하고 무서운 엄마인 것이 점점 밝혀지게 되면서 같은 인물인데 어떤 사람인지 밝혀짐에 따라, 섬뜩한 인물로 바뀌게 되는 부분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작품을 보는 내내 더욱더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배우들의 호흡과 역할에 대한 몰입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딸 역할로 캐스팅된 키에라 앨런 배우는 <런> 영화에서 첫 주연을 맡아 신입답지 않은 연기력에 극찬을 받았다. 특이한 점은 클로이 역을 맡은 배우 키에라 앨런은 실제로도 휠체어를 타고 생활하는 배우이다. 배우가 실제로 몸이 불편함에도 진짜 힘든 모습을 리얼로 보여줘서 생동감이 넘쳤다고 생각한다. 엄마 역할로 나온 사라 폴슨 배우는 여러 작품과 수상을 거머쥔 연기력이 탄탄한 배우라서 믿고 보는 배우로도 유명하다. 특히 영화 <런>은 보기 전부터 영화 <서치>의 동일 감독인 걸 알고 꽤나 기대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밀도 있는 서사와 배우들의 열연, 그리고 이것들을 멋지게 연출해 낸 감독 아니쉬 차칸티의 노력이 이 영화의 완성도를 끌어올리지 않았나 싶은 영화이다.